동물 눈 모방한 카메라로 '시각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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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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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민 GIST 교수팀, 물고기-곤충 눈 구조 모방 '초광각 카메라' 개발
스마트폰과 몸속을 들여다보는 내시경, 빠르게 기동하는 드론이나 자율주행차에서는 작지만 시야각이 넓은 카메라가 사용되고 있음. 여러 렌즈를 조합해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는 어안 카메라(초광각 카메라)는 기존에도 사용됐음. 하지만 충분한 시야각을 확보하기 어려운 반면 장치 크기가 커서 소형 모바일 기기에서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음.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동물의 눈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다양한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광소자 전문가임. 송 교수는 이길주·김민석 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부연구단장과 최창순·김민성 IBS 연구원과 올해 단 하나의 렌즈(수정체)만으로 매우 넓은 시야각을 확보하는 물고기의 눈 구조를 모방한 ‘단일렌즈 어안 카메라’를 개발했음.
●간단한 구조, 높은 성능 지닌 물고기 눈 모방해
물고기는 한 곳을 응시했을 때 볼 수 있는 각도 범위를 의미하는 시야각이 160도 이상으로 매우 넓은 범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특징이 있음. 이를 모방해 넓은 시야를 한번에 찍는 초광각 카메라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음. 하지만 아직 모바일 기기나 드론 등에 사용하기엔 너무 큰 게 단점임.
송 교수는 “시야각이 약 120도 이상인 광각 카메라가 나와 있지만, 무겁고 큰 렌즈 7~13개 정도를 촘촘히 모은 형태로 크고 무거운데다 실제 물고기 눈 구조를 모방한 구조도 아니다”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 연구팀은 실제 물고기처럼 렌즈와 이미지센서가 단 하나씩 있는 어안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말했음.
어류는 하나의 돌출된 수정체와 공을 반으로 자른 것 같은 반구형 망막을 지니고 있음. 디지털 카메라에 비유하면 수정체는 렌즈이고 망막은 이미지 센서임. 수정체는 가운데로 갈수록 굴절률이 큰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 때문에 렌즈를 통과한 이미지의 초점이 모이는 초점면은 반구 형태를 띰. 물고기 눈의 망막은 이 초점면과 정확히 일치해 넓은 시야각의 이미지를 왜곡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음.
또 10cm 이상이면 먼 거리까지 초점이 선명히 맺혀 거리와 상관없이 주변 모든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임. 가까운 거리 역시 빠른 시간 안에 초점을 바꿔 정확히 인지할 수 있음. 사람의 경우 가깝거나 먼 곳을 볼 때마다 수정체의 두께가 변하면서 초점을 바꾸는 과정이 필요한데, 물고기는 렌즈의 두께가 변하지 않는 대신 눈 내부의 근육을 이용해 수정체와 망막의 거리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빠르게 가깝고 먼 곳의 영상을 인지함.
송 교수팀이 개발한 카메라는 어류의 눈 구조와 성능을 고스란히 재현했음. 1mm의 구멍이 뚫린 지름 0.5mm의 얇은 조리개 앞뒤에 지름 2mm의 반구형 내부 렌즈를 각각 설치하고 그 위에 지름 4.1mm의 외부 렌즈를 덮어 초점면이 구형인 렌즈를 만들었음.
여기에 물고기의 망막을 흉내 낸 이미지 센서를 뒤에 붙였음. 이미지센서는 실리콘을 이용해 만든 광다이오드를 가로세로 23개씩 마치 그물코 형태로 배열한 것으로 다이오드 하나하나가 화소의 역할을 함. 다이오드는 표면에 오돌토돌한 나노 패턴을 새기고 그 위에 산화 알루미늄을 처리해 빛을 예민하게 검출할 수 있도록 했음. 연구팀은 이 센서를 지름 7.1mm의 반구 표면에 고르게 펼쳐 붙였음.
연구팀이 개발한 초광각 카메라는 두께가 1.15cm로 매우 작고 가벼우면서 시야각이 120도로 넓고, 20cm 이상의 거리에 있는 사물을 모두 또렷이 볼 수 있음. 연구팀은 “기존 상용 광각카메라에 비해 렌즈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크기도 6.3%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음을 보였다”며 “초소형 카메라 모듈 구형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음.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발표됐고, 연구의 제1저자인 이길주 GIST 연구원은 이 연구로 지난 9월 미국광학회지(프런티어 인 옵틱스)가 선정한 올해 최우수 대학원생 3명에 선정됐음.
●공학 기술 발전에 영감을 주는 동물의 '디자인'
송 교수가 동물 눈을 모방한 카메라 연구를 한 것은 처음이 아님. 2013년 미국 일리노이대 박사후연구원 시절 곤충의 겹눈을 모방한 초광각 카메라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해 주목을 받았음. 송 교수는 당시에도 쉽게 늘어나는 플렉서블 소재의 이미지센서를 개발했음. 여기에 매우 작은 고무 재질의 마이크로렌즈를 반구 모양으로 배열시켜 시야각 160도의 초광각 곤충눈 카메라를 개발했음.
송 교수는 “곤충은 나는 과정에서 모든 공간을 봐야 하지만 고개를 돌려 보기에는 신체 공간이 부족하고 에너지 소모도 많아 한 번에 넓은 공간을 보도록 이 같은 눈 구조를 진화시켰다”라며 “이를 응용한 렌즈를 개발해 드론이나 자율주행차량, 내시경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음.
현재 송 교수는 물고기와 곤충 외에도 기발한 특성을 갖춘 동물 눈을 모방한 카메라를 연구 중임. 송 교수는 "아직 연구 중이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독특한 개성을 지닌 눈을 지닌 동물이 많다"라며 "이들의 특성을 모방한 개성 넘치는 카메라를 추가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음.
●빛과 물질에 관한 공학
송 교수는 동물눈 카메라 외에 다양한 소자와 소재를 개발하고 있음. 주로 빛을 물질 표면의 미세한 구조물을 통과시키는 방법 등으로 조절해 진로를 바꾸거나 에너지를 다른 곳에 전달하는 소자를 개발하고 있음. 여기에 휘어지거나 늘어나는 재료를 결합해 인체 표면에 부착하거나 내부에 삽입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들기도 하고, 전자제품의 성능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부품을 개발하고 있음.
이들 기술은 밀폐된 공간의 열을 다른 곳으로 전달하는 복사냉각장치, 플렉서블 태양전지, 몸 속 삽입형 발광다이오드(LED) 소자, 피부 부착형 생체 센서, 헬스케어 기기 등 다양한 곳에 응용되고 있음.
송 교수는 "학자로서 과학적인 연구도 하고 싶지만, 공학자로서 실제 제품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혜택을 입고 국익에도 기여하고 싶다"라고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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