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바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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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노기술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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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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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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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톤’ ‘스핀’ ‘캐리어’는 영어로 표기하면 입자의 성질을 짐작할 수 있는 재치있는 과학용어로 볼 수 있지만, 한글로 표기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용어가 됩니다.”
엑시톤(exciton)은 반도체에서 전자와 정공(전자가 차 있지 않은 구멍)이 결합한 상태를 나타냄. 원자 안의 에너지가 높은 상태에서만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이를 들뜬(excited) 상태라고 부르면서 엑시톤이라는 이름이 생겼음. 스핀(spin)은 영어의 ‘회전한다’는 뜻 그대로 회전할 때 생기는 각운동량을 말함. ‘캐리어(carrier)’도 영어의 ‘운반하다’는 의미처럼 반도체에서 정공처럼 전하를 운반하는 운반체를 지칭함.
동아사이언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의과학용어 찾아쓰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과학자의 통역사’ 역할을 하는 홍보 업무 종사자들에게 과학용어 사용 실태를 물었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와 대학 등 과학기술 관련 기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홍보협의회 소속 36개 기관 80명을 대상으로 9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21명이 답변했음.
● 절반 넘는 52.5% "과학용어 설명에 한계 느낀다"
과학계에서 통용되는 과학자의 언어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대중의 언어로 바꾸는 작업은 과학기술 연구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홍보 업무에서 가장 기본이며 중요함. 보도자료 작성이 대표적임.
응답자들의 85%에 해당하는 17명은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과학용어를 가장 신경 쓴다고 답했음. 한 응답자는 “과학자는 단어(과학용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래 용어의 뜻과 달라질 수 있어 가급적 원래 용어로 쓰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음.
절반을 조금 웃도는 52.4%(11명)는 과학자의 연구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한계를 느꼈고, 과학자가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어렵다는 답변도 23.8%(5명)를 차지했음.
한 응답자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종종 등장하는) ‘엑소좀(exosome)’은 정의 자체가 다층적이어서 일반에게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음. 실제로 엑소좀은 ‘단백질 복합체’ ‘생체분자들을 주변 세포에 전달하는 물질’ ‘세포 간 신호 전달자 역할을 하는 물질’ 등 언론 보도에도 다양하게 설명되고 있음.
또 다른 응답자는 “영어로 통용되는 과학용어를 한글로 바꾸고 싶어도 간혹 해당 연구자가 한글 용어를 모르거나 아예 한글 용어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영어를 그대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음.
● '플라즈마'와 '플라스마', 과학용어 표기 표준화 필요
이들의 고충 가운데 하나는 과학자의 언어를 ‘통역’할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과학용어 표기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임. 보도자료 작성 등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기술할 때 참고하는 과학용어 표기 기준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81%(17명)로 조사됐음.
또 참고 기준이 있다고 응답한 19%(4명)도 대학 전공서에서 사용하는 한글 표기, 포털에서 제공하는 백과사전, 학회 등 제각각이었음. 한 응답자는 “잘 모르는 과학용어가 나오면 사전부터 검색한다”며 “그마저도 안 되면 해당 연구자에게 표기법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음.
과학용어 표기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응답자도 있었음. 그는 “학계에서는 플라‘즈’마로 부르는데,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표준어는 플라‘스’마”라며 “이런 식으로 표기법이 통일되지 않아 대중에게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움.
또 다른 응답자는 “국제학술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과학용어가 사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학회 등을 중심으로 과학용어 표기 통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음.
● 현실적으로는 원어와 한글 혼용해야
응답자들은 언론 보도 등 대중이 접하는 과학기술 관련 글에서 과학용어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냐는 질문에는 부정적이었음. 절반 이상인 52.4%(11명)가 보통이라고 응답했고, 23.8%(5명)는 과학용어가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음. 과학용어가 적절히 사용되고 있다는 응답은 5명(23.8%)에 그쳤음.
이은지 한국연구재단 홍보실 부연구위원은 용어를 세분화해서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제안했음. 그는 “일반적으로 연구성과를 설명할 때 ‘개발’이나 ‘규명’이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성과의 내용에 맞춰서 다른 용어를 사용하면 대중에게 더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음.
예를 들어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이론적으로 설계했다면 ‘정립’으로, 이 설계를 토대로 반도체 소자를 직접 만들었다면 ‘제작’으로, 반도체 소자를 생산까지 가능하게 했다면 ‘양산’ 등으로 더 정확한 단어로 쓰자는 것임.
응답자들은 절반 이상인 57.1%(12명)가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과 원 용어를 동시에 표기하자는 데 동의했고, 5명(23.8%)은 지금처럼 상황에 따라 혼용해서 쓰는 것도 혼란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음. 한편 한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원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4명(19%)이 찬성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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