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소재는 모두 최초”… 인류 기후문제 풀 열쇠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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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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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대 공대 39동 실험실. 한쪽에 있는 화이트보드에는 복잡한 화학식과 분자 구조 모양이 빼곡히 적혀 있었음. 남기태(43)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칠판 위 분자 구조를 설명하면서 “이제 저희가 발견하는 것들은 모두 세계 최초가 되고 있다”며 “인류 지식과 지평을 넓혀간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음.
남 교수는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과학자임. 인공 광합성 등 생명체의 원리를 모방한 신소재를 연구하고 있음.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거론된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는 “남 교수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동년배 연구자들 가운데 최고 우수한 과학자”라며 “나보다도 빠른 속도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음.
남 교수가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사 시절이던 2000년대 초반 많은 동료들은 반도체 연구에 뛰어들었음. 취업이 잘됐고, 성과 내기도 상대적으로 쉬워 보였기 때문임. 하지만 남 교수는 ‘생명체’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했음. 그는 “똑똑한 친구들이 비슷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고 다른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음.
한국 과학계는 새로운 연구보다 남들이 한 업적을 빠르게 따라가는 풍토가 지배적이었음. 이 때문에 한국인 노벨상 수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음.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독창적으로 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남 교수는 한국 과학계의 ‘성공 공식’에서 벗어난 길을 걷고 있음. 그는 “과학이, 연구가 신나고 설렌다”고 했음.
◇과학계 난제에 도전해 세계적 성과
남 교수는 어릴 적 만화영화에 나오는 과학자를 보거나 노벨상 수상자 위인전을 읽으며 과학자를 꿈꿨다고 함.
미국 MIT에서 박사를 하면서 바이러스를 이용한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음. 남 교수는 2015년 세계 최초로 금속 나노 입자를 ‘카이랄(chiral)’ 구조로 만들어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했음. 카이랄은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로 보면 대칭인 구조를 말함. 자연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인데, 이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은 과학계의 난제(難題)였음. 이 연구는 2018년 4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음. 국내 연구로 네이처 본지 표지를 장식한 건 2012년 이후 두 번째였음. 금속에 카이랄 구조를 구현하게 되면 효율이 좋은 촉매 제작이나 홀로그램(3차원 영상), 제약, 광학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음. 이 때문에 미국과 독일, 스페인 등 노벨상급에 해당하는 수많은 해외 연구자가 남 교수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하고 있음.
남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인류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했음. 10~20년 후 자연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인공 광합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임. 광합성은 식물이 빛과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해 산소와 당을 만드는 과정임. 남 교수는 이 과정에 가장 근접한 신소재를 만들었음. 인공 광합성을 이용하면 이미 나무를 많이 심어 조절할 수준을 넘어선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인류에게 유용한 화학물질이나 재료를 만들 수 있음.
남 교수가 지금까지 낸 논문(170편)은 다른 논문에 1만회 인용됐음. 네이처나 사이언스 같은 최정상급 국제 학술지에도 논문 12편이 실렸음.
◇"90% 실패가 성공의 열매“
매번 성공만 했을 것 같던 그도 “연구의 90%는 실패한다”고 말했음. 박사 과정 시절 한 달 동안 밤을 새워도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있었다고 함. 남 교수는 “열매와 나뭇잎이 떨어져도 결국 썩어서 밑거름되고 다른 열매와 꽃을 자라게 하듯, 연구는 수많은 작은 실패들 속에서 성공을 쌓아가는 것”이라고 말함.
1977년생인 남 교수는 아직 43세로 젊음.
“과학자는 세상에 꿈과 미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구를 통해 에너지·환경 문제뿐 아니라 사회 문제에서도 길라잡이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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