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아무도 못간 길…상온 작동 양자컴퓨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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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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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슈퍼컴퓨터를 사용해도 1만년이 걸리는 계산을 단 4분 이내에 해낼 수 있어 `꿈의 컴퓨터`로 불리는 양자컴퓨터를 현실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하나 있음. 현재 개발 중인 기술로는 `절대온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점임.
기존 컴퓨터는 가장 작은 연산 단위로 `비트(bit)`를 사용함. 비트는 `0` 아니면 `1`이기 때문에 비트 하나당 정보 하나만 처리할 수 있음.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다름.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qubits)가 0과 1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에 n개 큐비트가 나타낼 수 있는 상태의 수는 2의 n제곱만큼 커짐. 이를 양자컴퓨터의 `병렬성`이라고 함. 이에 따라 큐비트 2개는 `00, 01, 10, 11`이라는 4개 상태를, 큐비트 4개는 2의 4제곱, 즉 16개 상태를 나타낼 수 있음.
큐비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매체는 전자, 광자, 원자핵임. 현재 양자컴퓨터계 최강자로 평가받는 IBM과 구글은 전자를 활용하는 초전도체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음. 구글에서 만든 53개 큐비트로 구성된 `시커모어`라는 양자컴퓨터 칩은 엄청난 연산 속도를 자랑하지만 섭씨 영하 273도까지 냉각해야만 작동함.
주정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광학연구실 책임연구원(박사)은 "초전도체를 기반으로 한 기존 양자컴퓨터는 절대온도 0도까지 냉각하면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상온에서 작동하기 어려워 항상 극저온 환경을 유지해줘야 한다"고 설명함. 원자핵을 큐비트로 사용하는 `이온트랩(이온덫)` 방식 역시 극저온에서만 작동함.
그런데 ETRI는 빛의 최소 단위인 광자를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음. 광자는 상온에서도 양자가 0이기도 하고 1이기도 할 수 있는 `양자 중첩` 상태를 매우 잘 유지하는 특성이 있어 상온에서도 양자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임.
주 박사는 "광자는 자연의 기본 에너지 단위로 다루기가 매우 어렵지만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이 적어 상온에서 광자의 결맞음 동안 양자 중첩 상태를 매우 잘 유지한다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음. 결맞음은 양자 정보가 유지될 수 있는 시간임.
이와 관련해 ETRI는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인 `단일광자`를 생성하고 양자 게이트를 동작하는 데 성공했음. 단일광자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여러 연구소가 연구하고 있지만 실제 통신에서 많이 활용되는 1550㎚(나노미터) 파장 대역에서 단일광자 광원을 얽힘 상태로 생성하는 기술은 ETRI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음. 주 박사는 "굉장히 강한 레이저 빛을 실리콘 광 집적회로에 입력하면 광 집적회로 내에서 비선형 상호작용에 의해 새로운 단일광자가 두 개 만들어진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광자는 얽힘 상태로 존재한다"고 설명했음.
양자 얽힘은 중첩과 함께 양자컴퓨터 작동에 꼭 필요한 핵심 현상임. 얽힘이란 두 개 입자가 강한 상관성을 가지면 아무리 멀리 떨어뜨려놔도 한쪽이 반응할 때 다른 한쪽도 즉각 반응하는 현상을 말함.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마치 `블랙박스` 같은 형태로 작동함. 주 박사는 "양자컴퓨터는 블랙박스처럼 열어볼 수가 없다"며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 계산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열어서 보정할 수 없어 오류 측정을 알아내거나 오류 보정을 하기 위해서는 얽힘 상태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음. 즉 양자컴퓨터 안에 있는 양자와 밖에 있는 양자를 얽힘 상태로 만들어놓으면 밖에서도 오류를 확인할 수 있게 됨. ETRI는 얽힘 상태 양자 광원을 이용해 양자 정보를 조작하는 광 집적회로 소자도 개발했음. 관련 내용은 오는 12월 우수 국제학술대회인 ECOC에서 발표할 예정임. 주 박사는 "향후 국내 반도체 기업, 양자 관련 소재·부품·시스템 기업과 협력해 상온 동작 양자컴퓨터 구현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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