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전이 막는 항암요법·나노 입자 결합 기술...'인류 삶 바꿀 난제' 연구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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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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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과학영화(SF)로 꼽히는 ‘터미네이터2’에는 액체금속으로 된 로봇이 등장함. 총을 맞거나 차에 치여 형상이 처참하게 부서져도 곧 원래 모양을 회복함. 튼튼한 기계보다 부드러운 액체로 된 기계가 더 강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에 관객은 새로운 공포감을 느꼈음.
영화를 본 물리학자와 기계공학자는 이 장면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음. 부드럽게 흐르던 액체금속 속 분자들이 서로 모여 큰 로봇을 만드는 것처럼 물질을 이루는 작은 입자들이 스스로 모여 보다 큰 형상을 이루고 기능까지 발휘할 가능성에 주목했음. 따지고 보면 원자로 이뤄진 우리 몸도 입자들이 DNA와 단백질 같은 복잡한 분자를 이루고, 이들이 모여 세포를 구성해 조직과 기관, 나아가 커다란 몸을 이룬 것임. 하지만 똑같은 원리로 작은 소재에서 큰 기계를 만드는 과정은 이제껏 시도된 적이 없었음.
●작은 입자 결합 조절해 새 기능 창발..."전체에서 부분으로 쪼개던 기존 공학 연구 뒤집어"
영화가 나오고 약 30년이 지난 한국에서 이 가능성이 진지하게 연구되기 시작했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처음 시도하는 ‘과학난제도전융합연구사업’에 선정된 선도형 융합연구단을 통해서임. 4년 반 동안 총 90억 원이 지원되는 연구사업으로, 연구자가 직접 발굴한 과학계의 난제를 과학과 공학을 융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 해결책을 제시함. 올해 초 모집을 통해 7월 말 최종적으로 2개 과제가 선정됐음.
그 중 하나가 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작은 소재 입자를 제어해 이들이 스스로 결합, 성장해 이보다 큰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나 밀리미터, 미터(m) 단위의 기계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임. 연구 주제를 제안한 김호영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기존 공학은 거시세계 규모의 대상을 부분으로 잘게 잘라 점점 작은 세계를 구현하는 식으로 연구해왔다”며 “이를 거꾸로 뒤집어 작은 부분에서부터 전체로 연구를 확장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학”이라고 말함.
기존에도 DNA 등 분자가 특정 조건에서 스스로 접히거나 서로 결합해 오목한 그릇 모양을 만들거나 심지어 모터처럼 빙글빙글 도는 나노 크기의 기계를 만드는 연구는 있었음. 하지만 액체금속 분자가 모여 사람만한 로봇을 만드는 것처럼 최대 10억 배까지 자유로이 규모를 키우는 시도는 전무했음. 입자부터 거시세계까지 적용되는 물리학이 완전히 달라서 한꺼번에 제어하기 어려워서임.
김 교수는 “나노에서는 수소결합 등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입자의 결합과 분리 등을 결정하지만 거시세계에서는 마찰력이나 중력 관성력 등이 물체의 결합과 분리에 영향을 미친다”며 “모든 규모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물리학 원리를 개발해 입자의 결합과 분리를 자유롭게 제어하고 이를 통해 원하는 입체 구조를 충분한 강도로 형성하게 만드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함.
이런 기술이 가능해지면 주사로 약간의 입자를 주입하기만 하면 몸 속에서 스스로 자라 수술을 한 뒤 분해되는 미세 수술로봇, 자유롭게 변형되거나 합체하는 기계와 건축물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됨. 연구팀은 이를 위해 기계공학자 외에 통계물리학자와 나노 전문가, 심지어 군집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생태학자와 공동연구팀을 꾸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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