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의 역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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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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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지금 뭘 하고 계신가요? 혹시 집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진 않으신가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여러분 주변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볼까요? 스마트폰, 장난감, 텀블러 등 여러 가지 생활용품들이 보일텐데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당구공의 재료로 비싸고 귀한 아프리카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려는 물질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탄생했음. 1869년 최초의 천연수지인 플라스틱 셀룰로이드가 등장했음. 20세기에 접어들며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다양한 플라스틱이 등장했죠.
1933년. 플라스틱 중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폴리에틸렌(PE)이 재발견된 해임. 포장용 비닐봉지, 플라스틱 음료수병, 전선 피복 등을 만드는데 사용하죠. 1937년엔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이란 평가를 받은 합성섬유 나일론이 개발됐음.
인류에 편리함을 주며 '플라스틱 시대'를 열어준 플라스틱. 그런데 인류에게 이로움만 줄 것 같았던, 이 플라스틱의 배신이 시작됐음.
◆플라스틱에 뒤덮인 '인도양의 보석'
"몰디브 가서 모히또 한 잔"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가 언급한 이 곳. 신혼여행지로도 유명한 '인도양의 보석' 몰디브임.
해안선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몰디브 주변 해역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음. 호주 플린더스대 연구팀은 몰디브 북부에 위치한 라비야니 환초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섬인 나이파루 해안 22개 지점의 모래가 플라스틱에 얼마나 오염돼있는지를 기록했음. 그 결과 몰디브 해안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돼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음.
연구팀이 조사한 열대어 쥐치무리 71마리 모두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음. 물고기 당 평균 8개의 '플라스틱 섬유'가 나왔죠. 플라스틱 섬유라는 말이 생소할텐데요. 폴리에스터 등으로 만든 옷감을 세탁하면 이 과정에서 보풀이 일며 플라스틱 섬유가 빠져나옴. 이 섬유가 하수도를 타고 바다로 유입될 수 있는 것이죠. 연구결과는 '종합 환경 과학' 저널에 게재됐음.
연구팀은 "우리가 발견한 미세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0.4㎜ 미만이었다"며 "해양 생물의 몸 속에 섭취한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면 인간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음. 연구팀은 미세 플라스틱이 인도양 인접 국가들로부터 유입되거나, 몰디브의 열악한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음.
특히 몰디브의 악명높은 쓰레기 매립지인 '틸라푸쉬 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음. 1992년 몰디브 정부가 매일 5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할 목적으로 만든 인공 매립지임. 몰디브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관광객이 배출한 것임. 2017년 몰디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인 말레 거주 시민 1인은 하루에 1.8kg의 쓰레기를 배출함. 다른 지역 거주민은 하루 0.8kg, 리조트에 머무는 관광객은 하루 3.5kg이었음.
◆땅, 바다, 공기까지 뒤덮은 플라스틱
플라스틱 쓰레기는 바다에 국한된 것이 아님. 중국 농업과학원 연구팀은 '플라스틱 멀칭'이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음. 플라스틱 멀칭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염화비닐 필름으로 경작지 표면을 덮는 방법임. 지중 온도 조절, 토양 수분 유지, 잡초 억제가 가능해 수확량이 늘어남. 중국의 소규모 농장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음. 우리나라 농가에서도 사용함. 문제는 이 비닐이 시간이 지나면 쉽게 찢어지고 분해된다는 것임. 수확 후 비닐을 걷어내면 큰 문제는 없음. 중국 연구팀의 조사 결과 중국 농부들 세명 중 두명은 비닐을 그냥 내버려둔다고 답했음. 연구팀은 중국 토양에 5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축적됐을 것으로 추산함.
플라스틱은 땅 속에만 묻혀있는 것이 아님. 공기 중에도 있음. 미국 유타주립대 연구팀은 미국 서부에서 질소와 인 같은 영양분이 바람을 타고 어떻게 퍼져나가는지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대기 중 먼지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했음. 연구팀은 처음엔 샘플이 오염됐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대기 중에 미세 플라스틱이 섞여있었음. 입자가 매우 작아 가벼운 미세 플라스틱들이 바람에 날려 확산하는 것이었죠.
◆"물처럼 순환"…코로나는 또다른 위협
미세 플라스틱은 한 곳에 머물지 않음.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이해하려면 우선 미세 플라스틱이 (물처럼) 순환한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강조함.
토론토대 해양생태학자인 첼시 로쉬만은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면 우선 (플라스틱)의 순환을 이해해야한다"고 설명했음. 지금까지는 해변에 밀려오거나, 바다 위에 떠 있는 크기가 큰 플라스틱 쓰레기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바다속, 고산지대 등에서도 발견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순환'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것임. 플라스틱이 분해돼 미세 플라스틱이 생성되는 과정, 이들이 어떻게 전세계로 이동하는지 등을 연구해야한다는 것이죠.
2015년 사이언스지엔 전세계 해안지역에서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연평균 880만톤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게재됐음. 미국 비영리단체 퓨 자선 신탁은 지난달 '플라스틱 파도 부수기'라는 보고서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음.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조치가 없다면 2040년께 바다로 유입되는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현재의 3배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임. 퓨 자선 신탁은 보고서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쓰레기 양이 향후 20년 사이 연간 1100만톤에서 2900만톤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음. 이는 세계 해변을 1m 당 약 50kg의 플라스틱 쓰레기로 덮을 수 있는 양임.
바다 속 미세 플라스틱 숫자는 직접 셀 수 없기에 추정만 할 수 있음. 2014년 과학자들은 미세 플라스틱 수를 5조2500억~50조개로 추정했음. 엄청난 숫자지만 이 조차도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음. 대서양에서 미세 플라스틱 연구를 진행한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 엑세터대, 킹스칼리지와 미국 버몬트주 로잘리아 프로젝트 공동연구팀은 전세계 미세플라스틱의 총량을 12조5000억개에서 125조개 사이로 추정하고 그 결과를 '환경오염'지에 발표했음.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됨.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개인위생 준수, 마스크 착용은 필수임. 전세계에서 매달 일회용 마스크 약 1290억장과 장갑 650억개를 소비하는데, 사용하고 버린 마스크와 장갑이 바다로 흘러들고 있음. 이미 각국 바다에서 버려진 마스크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죠.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앞서 보고서를 공개한 퓨 자선 신탁은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감축 △(플라스틱을)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나 종이로 대채 △빈곤국 쓰레기 수거율 확대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 감축 등을 해결책으로 제안했음. 이를 통해 정부 비용을 약 700억달러 절감, 온실가스 배출 25% 축소, 70만명의 고용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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