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만건 실험 반도체 테스트베드…나노종기원 `소부장 독립`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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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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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삐걱거리고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수출금지가 이어지고 있는 한편 중국은 한국을 빠르게 추격해옴. 한국이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만 국내 반도체 분야 국산화율은 아직 20% 미만이고 반도체 소재 분야 국산화는 50% 정도에 머물고 있음.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셈임. 우리 기술로 소부장 국산화를 앞당겨야 하는 이유임.
이와 관련해 매일경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기획으로 우리만의 독자적 과학기술력을 최대한 축적해 신속한 소부장 분야 기술 국산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줄 `K사이언스의 파워`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임. 첫 번째로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 후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과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 올 하반기에 대규모 반도체 테스트베드를 설치하는 나노종합기술원을 찾았음. 나노종기원은 나노·반도체 관련 기술과 장비의 공동 활용을 통해 산학연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첨단시설 및 장비를 활용한 나노기술, 반도체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임. 지난주 찾은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본원에 있는 나노종기원. 지하 1층~지상 9층 건물의 연구시설 2층에 자리한 청정실(FAB랩) 끄트머리까지 쭉 걸어가니 1000㎡(약 300평) 규모의 널따란 공간이 나타남. 아직은 텅 비어 있지만 올 하반기에 이곳에 장비가 깔리면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됨.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란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널리 쓰이는 12인치 반도체 소부장 기술과 제품 서비스 성능을 테스트하는 인프라 임. 이곳 테스트베드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인 `ArF(불화아르곤) 이머션 스캐너` `오토 트랙(Auto Track)`을 비롯해 8개 장비가 들어오는 대로 20~40㎚ 웨이퍼(반도체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 가공, 감광 작업 등을 할 수 있음. 기자를 안내한 조주형 나노종기원 성과홍보관리실장은 "기존에 해외에서 진행하던 12인치 반도체 설비 테스트를 나노종기원 테스트베드에서 직접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그만큼 산학연 연구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덜어줄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소부장 국산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함. 이곳에 설치되는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에 들어가는 반도체 핵심 설비 ArF 이머션 스캐너는 1대에 800억~1000억원대인 초고가 희소 장비임. 나노종기원은 지난달 삼성전자에서 초고가 ArF 이머션 스캐너를 유휴 장비 개념으로 반값 이하에 사들였음. 네덜란드산인 이 장비는 반도체 소재·부품 제작이나 기술 테스트 등이 이뤄지는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사업의 핵심 장비임.
삼성전자와 일부 대기업 위주로 갖고 있던 것을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 지원을 받아 최초로 도입했음.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인프라가 구축된다는 것은 국내 각 기업이 나노종기원을 통해 자유롭게 반도체 웨이퍼 가공 등을 하게 됐다는 것을 뜻함. 국내 12인치 반도체 양산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시설과도 거의 동등한 환경임. 장비 설치와 안정화 작업이 끝나는 대로 올 12월 시범서비스에 들어가면,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이루어짐.
양준모 나노종기원 나노융합기술본부장은 "10여 년 전부터 국내 업계에서 반도체 후방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로 12인치 반도체 테스트베드 구축을 어서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막대한 구축 비용이라는 한계로 10년 넘게 추진되지 못하다 지난해 소부장 이슈 이래 급속도로 구축사업에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함.
1·2층으로 나뉜 5000㎡(약 1500평) 규모 청정실엔 층마다 30여 명의 엔지니어가 하얀 연구복 차림으로 일하는 데 여념이 없음. 12인치 테스트베드 장비는 층마다 5대씩 구비 중이었는데, 개당 30억원대에 이르는 기존 8인치 장비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활용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함. 양 본부장은 "전국 산학연에서 반도체 소자나 구조 등을 제작해 달라고 주문이 들어오면 반도체 센서, 반도체 D램 등을 만들어 보내준다"면서 "지난해 소부장 이슈 이후 점차 주문량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함.
나노종기원 12인치 테스트베드 사업은 총 3단계로 구분됨. 2021~2022년엔 ArF 이머션 스캐너를 중심으로 해상도 40㎚급 반도체 패턴 웨이퍼 제작 서비스를 본격화함. 2023~2025년엔 추가 장비를 들여와 서비스 분야를 보다 확대한다는 계획임. 기술적 난도가 높아 일본산에 의존해온 극자외선(EUV) 감광제, 반도체 원판 평탄화 작업에 필요한 액체인 CMP 슬러리 등 소재 지원 범위도 대폭 늘리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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