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업] 이재용·정의선 손잡은 '전고체 배터리'… 폭발 않는 '꿈의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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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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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3일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남. 두 사람이 사업차 단둘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핵심사안으로 논의됐다고 함. 꿈의 배터리,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가 뭐 길래 재계 1,2위 기업 총수의 첫 협의 테이블에 올랐을까.
◇30년간 2차전지 시장 주도 리튬이온 배터리… '액체 전해질'의 위험성이 한계
배터리(전지)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로, '산화 환원 반응'이 핵심 작동 원리임. 서로 다른 두 금속이 만나면 한쪽은 전자를 잃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고 동시에 다른 한쪽은 그 전자를 빼앗아 가져오는 환원 반응이 일어남. 이를 통해 두 금속 사이에서 전자가 이동하며 전기가 흐름.
1800년 이탈리아 과학자 알렉산드르 볼타가 세계 최초의 배터리인 '볼타 전지'를 개발한 이후 200년 동안 발전을 거듭했음. 현재 가장 널리 상용화된 배터리는 1991년 일본 소니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임. 리튬이온은 리튬 금속이 전자를 잃어(산화돼) 양(+)전하를 띠는 상태임. 리튬이온을 양(+)극에 저장했다가 음(-)극으로 이동시키면 전기가 흐름. 음극으로 이동해 쌓인 리튬이온은 외부에서 전기를 가하면, 쉽게 말해 충전하면 다시 양극으로 되돌릴 수 있어 반복적인 사용이 가능함. 리튬은 가볍고 반응성이 높은 금속이기에 배터리 소재로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와 폭발의 위험성이 있음.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액체 전해질 때문임. 글로벌 마켓 리서치 전문기관 '아이디텍이엑스(IDTechEx)'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액체 전해질은 전기를 잘 통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가연성이 있기 때문에 고온 환경에서 부풀어 오르거나 외부 충격·노후화로 액체 전해질의 누수가 일어나면 폭발할 위험성이 있음.
2016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폭발 사고가 연이어 터져 논란을 빚은 삼성전자에 대해 아이디텍이엑스는 "삼성의 배터리 게이트(firegate)는 대기업조차 가연성 전해질을 사용할 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언급하기도 함.
배터리 폭발 시 인명피해로 이이질 수 있는 전기차에 기존의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임.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테슬라조차도 배터리 발화·폭발 사고를 피해가지 못하는 이유임.
◇전고체 배터리, 안전성·성능 우위…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생겨났음. 전해질까지 모두 고체로 만든 이같은 배터리가 바로 전고체 배터리임. 본격적인 개발 시점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감. 2010년 일본 도요타는 흑연과 리튬화합물을 각각 양극과 음극으로, 황(S)화합물 고체를 전해질로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의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음.
당시 미국 IT전문매체 우버기즈모는 "도요타가 전고체 배터리의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차세대 배터리로의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고 전했음. 그러면서 "도요타는 섭씨 영상 100도의 환경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는데, 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함.
해외 보고서와 외신의 설명을 종합하면 고체 전해질을 가진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가진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안전하고 에너지밀도와 출력이 높고 수명이 길고 크기와 모양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짐. 충전시간도 수십분이 걸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훨씬 짧아질 것으로 기대됨. 때문에 전기차를 비롯해 드론, 웨어러블기기 등에 쓰일 꿈의 전지,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음.
◇전세계 상용화 경쟁 무대가 된 전고체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가 많은 장점에도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대표적 이유로 '이온전도도 문제'가 꼽힘. 이온전도도는 전해질 속에서 이온이 얼마나 잘 이동하는지를 나타냄. 이것이 높을수록 배터리의 성능이 좋음.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의 이온전도도를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 2011년 우리나라 재료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는 "아직 고체 전해질의 이온전도도가 액체 전해질에 비해 낮지만, 이론적으로는 고체가 액체보다 이온전도도가 높다고 보고된 바 있어 전고체 배터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음.
전고체 배터리의 낮은 이온전도도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국내에서도 진행돼왔음. 재작년 한국전기연구원은 고체 전해질을 만드는 공정을 최적화한 '저온 소결형 고체전해질 소재 및 전고체전지 제조 공정'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출원을 마쳤음. 작년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전기차용 바이폴라(양극성) 구조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 이온전도도를 이전보다 3배 이상 높이는 데 성공했음. 최근에는 지난 14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미로 같은 고체 황화합물 구조를 원자 단위로 분석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온이 지나다니는 통로를 이해하는 연구에 진척을 보였음.
산·학·연의 추가 연구로 이온전도도 문제 등이 점차 개선되면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음.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전고체 배터리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1회 충전에 800km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함.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짐.
선진국들도 일찍이 상용화를 준비해왔음. 2017년 11월 미국 전기차기업 피스커는 에너지밀도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2.5배이고 1분 이내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밝혔음. 테슬라도 작년 1월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 맥스웰테크놀로지를 2억1800만 달러(약 2680억원)에 인수했음. 중국의 칭다오에너지디벨롭먼트는 2018년 11월 10억 위안(약 1728억원)을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생산 라인 구축에 들어갔다고 밝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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