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ST, 기초원천기술과 중소기업 기술지원 정책 마련하자
페이지 정보
- 발행기관
-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 저자
- 나노지원
- 종류
- 나노기술분류
- 발행일
- 2009-03-26
- 조회
- 3,382
본문
첫 번째 제안은 기초, 원천, 소재산업의 기반을 강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정비의 필요성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는데도 왜 들어오는 외화보다 나가는 외화가 많은지 과학기술자 입장에서 느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하여 장비의 설치, 설비 구축, 재료 구입, 공정 운영 등 한 제품이 나오기까지 필요한 단계마다 국내에서 조달되는 것이 얼마나 될까? 가스분석을 전문으로 연구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 원료가스, 측정장비, 공정장비 등 거의 대부분이 수입을 해야 하고, 국내에서 조달되는 일반가스도 모두 외국회사들이 제공하고 있다. 그러니 수출금액의 상당부분은 다시 외국으로 나가야하는 산업구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우리에게 원천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기초연구 활성화를 통한 창의적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해결할 수 있다.
최근에 과학관련 방송에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근무하는 한 여성 과학자를 인터뷰한 것을 보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개발하려고 일하는가?” 라는 질문에 전문가의 답변은 “효용성은 아직 모르지만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를 한다”고 대답을 하였다. 그렇다 그것이 기초연구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원천기술은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에서 맺는 열매이다. 또한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초를 닦아놓아야 새로운 일을 쉽게 할 수 있다. 시류에 편승하여 반도체에서 바이오로, 또 다시 나노로, 이제는 녹색기술로, 10년이 멀다하고 전공분야를 바꾸어가며 연구비만 쫓아다니니 무슨 기초가 쌓이겠는가.
SCI 논문 수로 평가 받는 획일적인 평가제도의 문제점도 있고, 단기 성과위주의 과제선정이나 분야나 연구 특성을 무시한 상대평가 지표들로 과제를 바라보는 한, 창의적 결과를 기대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기초연구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관련 평가제도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실패할 확률이 큰 과제에 대한 지원이 더 많이 폭 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신기술융합사업에 대한 평가를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대단한 인식전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연구개발 과제들은 결과가 예측이 되는 실용연구에 많은 연구자가 매달리고 있으며, 기초연구에 대한 예산은 절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행히도 MB정부의 과학기술기본계획에 기초원천 및 핵심부품소재 기술개발 강화가 핵심과제로 들어있으니 잘 진행되어 창조적 과학기술 정책이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중소기업으로의 기술이전에 대한 제도적 개선
두 번째 제안은 쌓여있는 기술 및 정보자산을 중소기업에 전달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다. 대덕연구단지의 역사가 이미 30년이 넘었다. 1세대 해외유치 과학자가 대부분 은퇴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 투자대비 성과에 대한 경제성 평가에서 선진국수준을 넘는 우수한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쌓인 기술조차도 활용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 최근에는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를 두고 기술이전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큰 기술에 대한 사업을 주로 하고 있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기술의 특성상 많은 기업들을 접하게 되었고, 다양한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중소기업들을 만나면 항상 느끼는 것은 왜 이렇게 기술을 모르고 사업을 할까, 기업에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전문가를 찾는다고 많은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가, 왜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담조차 해주지 않을까, 세계적인 기술은 찾아보기 힘들고 일본이나 미국의 삼류기술을 들여온다거나 남의 말만 듣고 사업을 시작할까, 기술을 얻기 위한 정보루트가 왜 이렇게 어렵게 되어있는가 하는 의문들이다.
지난 30년간 출연연 연구원들은 크고 작은 기술들을 축적해 왔다. 이 기술들은 한국의 중소기업 기술력에 비하면 엄청 높은 수준의 고급정보들이다. 각 연구원들의 두뇌 속에 있는 고급정보를 기업에 넘겨준다면, 기술수준이 한두 단계 뛰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소기업 CEO나 기술담당자들은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큰 비용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제대로 된 전문가를 만나본 경험도 적다. 연구원들의 입장에서는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본인들이 보유한 기술을 무료로 넘겨줄 아무런 동기도 못 느낀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들이 큰 비용을 받고 기술이전 거래를 해야 하는 특별한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기술적 문제점에 대하여 검토 받고, 공정개선을 하고자하는 것에 대한 검정을 받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을 말한다.
연구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작은 기술들이 중소기업에게는 엄청 큰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의 중소기업 지원 경험을 통해서 확신을 한다. 정부는 출연연이 보유한 작은 기술들(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핵심기술)을 중소기업에게 맞춤형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서 운영한다면 기업경쟁력이 단기간에 높아질 것이다.
지난 IMF를 극복하면서 국내 산업 구조를 조정했었다면 오늘과 같은 제2의 경제위기를 좀 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을 텐데, 지난 10여년 현장에서 일했던 과학자로서 느낀 것은 연구비는 몇 배가 늘어났으나 정작 구조를 바꿀 수 있는 R&D 정책이나 운영주체들의 철학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다가온 경제위기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이다. 대외적인 요인이 나아지면 자연히 해결이 되지만,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10년 후에 또다시 외부요인에 따라 당하는 같은 방식의 위기를 겪을 것이므로 각 분야별로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아내야 된다.
그냥 끈 닿는 몇 명의 전문가가 정책을 제안하고, 허울 좋은 공청회를 통한 의견개진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위기는 반복될 것이다. 과학자가 실패한 실험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실패한 결과분석에서 문제점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이며, 위기일 때 기회가 오는 것은 위기를 일으킨 원인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갈 방향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위기를 기회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여 기초과학 경쟁력과 중소기업 기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정책들이 발굴되기를 기대해본다.
글_김진석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jkim@kris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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