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National Nanotechnology Policy Center

나노기술 및 정책 정보

LG경제연구소, 국가 R&D 시스템 재정립이 필요하다

페이지 정보

발행기관
LG경제연구소
저자
나노전략|나노지원
종류
 
나노기술분류
 
발행일
2006-12-21
조회
3,209

본문

지난 수년간 정부의 R&D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효율성과 효과성이 제고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 R&D 정책은 기업 부문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문을 선도 또는 보완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 해야 할 것이다.
 
OECD에 의하면 2004년 미국의 R&D 투자가 전세계의 43%를 차지하고 있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의 R&D 투자액을 합하면 전세계의 77% 정도이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 세계의 경제, 사회, 과학기술 등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한 R&D 투자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 절대적인 R&D 투자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작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투자액(이후 R&D 집중도)을 보면 OECD 국가 가운데 핀란드, 아이슬란드, 일본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다(2004년 기준). 
 
그렇다면 과연 높은 수준의 R&D 투자가 올바른 곳에(Right Thing) 그리고 올바르게(Right way) 사용되고 있는가?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인 우리나라 정부의 R&D 투자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R&D를 더 강화해 나갈 것인지 또는 기업 R&D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R&D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세
 
우리나라의 R&D 예산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선진국의 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중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거나 감소 추세에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4년 중 GDP 대비 0.66%(약 7조8백억 원)로 1995년에 비해 0.21%포인트 높아졌다. 1995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 R&D 투자 비중이 OECD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했으나 OECD 평균인 0.68%(2003년 기준)에 육박할 정도로 정부 R&D 예산 비중은 세계적으로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까지 증가해 왔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어 2007년 정부의 R&D 예산은 2006년 대비 7% 정도 증가한 9조5천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과성 및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
 
그러나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와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조선,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도 여전히 기초 체력, 즉 기반 및 원천기술의 부재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원천 기술의 부재가 전적으로 정부의 책임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기술무역수지 현황을 살펴보면 아직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수입액 대비 기술수출액인 기술무역수지비율을 국가별로 비교해 보면(2003/2004년) 일본, 미국, 영국 등은 기술수입액의 2배 이상 기술을 수출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등도 기술수출액이 수입액의 1~1.5배에 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기술수출액의 3배 정도를 수입하고 있어 기술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그림 1> 참조). 수입된 기술을 잘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기술의 무역수지 적자는 곧 우리나라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
 
국가별 R&D 집중도와 특허 건수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더라도 OECD 평균 보다 높은 R&D 집중도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특허 건수는 OECD 평균보다 낮다. R&D 집중도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 백만명당 3극 특허(미국, 일본, EU에 동시 등록된 특허) 건수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 정도의 높은 R&D 집중도에 비해 3극 특허는 13건 정도로 OECD 평균(1.2%의 R&D 집중도, 40여건의 3극 특허)보다 낮았다(<그림 2> 참조). 이는 R&D 투자규모에 비해 글로벌 차원에서 인정 받는 특허로 전환되는 것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미래 국가 유망기술 21의 기술 수준 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실감형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을 제외한 고부가 생물자원기술, 나노·고기능성 소재 기술, 청정·신재생에너지 기술 등 20개 기술은 세계 최고 기술의 60~70%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을 대변하듯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IT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정부 R&D의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운영을 통해 개선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기업 R&D와의 중복투자는 해결되어야
 
정부 R&D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지원 비중 감소, 기업 R&D와의 중복 등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R&D 투자액 가운데 기업 비중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75%(200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64%), 독일(67%), 영국(44%), 프랑스(51%) 등에 비해 기업 부문의 R&D 투자 비중이 높은 일본(74%)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민간 부문의 R&D는 상위 20개 기업의 R&D 투자가 전체 기업 R&D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R&D 투자의 양극화가 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R&D 예산 중 중소기업에게 투자되는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5년 사이 정부 R&D 중 중소기업에 투자된 비중은 2001년 13.6%에서 2005년 10.6%로 3%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기업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의 R&D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 해도 단기적인 성과 창출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R&D 투자의 대부분은 이미 시장성이 확인된 성장기 또는 성숙기에 있는 기술/제품 개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R&D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유망 분야에 투자하여 미래의 높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기업 경쟁력 또는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래 준비 차원의 도입기 보다는 성장기, 성숙기 부문의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정부 R&D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결국 기업이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R&D 분야와 중복될 가능성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지난 5년간(2001년~2005년) 차세대 성장동력 부문이나 미래 유망 기술(IT, BT, NT, ET, ST, CT)에 투자되고 있는 정부 R&D 가운데 60~80%가 성장기/성숙기에 해당하는 곳에 사용하고 있다(<그림 3> 참조). 도입기의 R&D 투자 비용은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도입기의 미래 유망 기술들은 향후 우리 경제를 이끌 주력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R&D 투자가 성장기, 성숙기 보다는 도입 단계의 미래 유망 기술 중심으로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 R&D는 기업 R&D와 차별되어야
 
정부 R&D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업 R&D와 차별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우선 일반적으로 차세대 기술/제품은 실패 위험이 높은 경우가 많아 전적으로 기업에게 맡긴다면 경제 전체적으로 과소 투자의 우려가 있다. 결국 미래의 성장 산업 발굴 경쟁에서 선진국에 뒤질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에 편승하는 정부 R&D 정책은 당장 실효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결국 그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즉 연구개발 단계 측면(기초연구→응용연구→개발연구)에서 보면 응용 연구 및 개발 연구, 특히 개발 연구 비중이 높은 채로 정부 R&D 투자가 이뤄진다면 단기적인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연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LCD, PDP 등 국내 기업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정부 R&D 투자는 개발 연구 단계에 집중되어 있다.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splay), FED(Field Emission Display)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까지도 기초 연구 단계(약 13%) 보다 응용/개발 연구 단계(약 87%)에 더 많은 R&D 투자가 이루어졌다(<그림 4> 참조). LCD/PDP의 경쟁력 유지, OLED에서의 시장 선점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소재 분야의 경쟁력이라는 것까지 감안하면 기초 연구의 중요성은 훨씬 높아진다. 해외 부품·소재 기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국내 LCD 산업 구조가 OLED 시장이 부상했을 때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정부 R&D는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차세대를 준비할 수 있는 도입기의 기술에 R&D 투자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부 R&D가 차세대 산업의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R&D 부담 감소, 지속적인 성장 동력의 사업화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은 기초연구 강화, 전략 투자 부문으로 전환
 
선진국들의 경우 최근 들어 자국의 효율적인 R&D를 위해 기초 연구 부문의 R&D 투자를 증액한다거나 일정 기간 정부 R&D 투자 후 사업 기반이 조성되면 또 다른 전략 부문을 설정하는 등 정부 R&D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앞으로 현재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나노 공정 및 제조 기술, 수소연료 기술 등 첨단 분야의 기초 연구 강화를 위해 기초과학 분야 예산을 2006년 97.5억 달러에서 2016년 194.9억 달러로 향후 10년간 두 배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장기적이며 기초적인 연구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R&D 예산 가운데 20% 정도를 대학 및 관련 연구기관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EU(유럽 연합)는 1984년 이래 4~5년 단위로 진행되고 있는 EU 차원의 대표적인 R&D 프로그램인 ‘Framework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1998년~2002년에 진행되었던 5차 Framework Program에서 총 R&D 예산 중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 육성했던 에너지/환경 부문이 7차 Framework Program(2007년~2013년)에서는 R&D 예산의 12% 정도로 비중을 축소시켰다. EU는 수년간 에너지/환경 분야에 R&D를 집중해 사업화 기반을 마련해 이 부문의 경쟁력 유지 및 강화는 자연스럽게 기업 몫으로 전환시키고, 나노 및 바이오 기술, 우주항공 기술 등 차세대 분야로 R&D 예산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다.
 
기업 R&D와 상호 보완적 노력 필요
 
이러한 R&D의 효율성 및 효과성에 대한 고민이 비단 정부만의 것이 아니라 기업도 똑 같은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 투자액의 규모와 사업에 대한 기여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업마다 투자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들은 4세대 R&D, 즉 성과 및 고객 지향적인 R&D로 변화하기 위해 기업마다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앙연구소(CRD : Corporate Research & Development)와 사업부 R&D 간 명확한 역할 분담, 고객 및 시장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마케팅 역량 강화, 실행 시 실패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행 이전 단계에서의 연구 기획 강화 등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R&D에 대한 사업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 과제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의 R&D 투자는 일반적으로 장기적이고 리스크가 큰 분야에는 취약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R&D의 역할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전향적으로 신기술에 대한 선제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업에게 지속적으로 성장 동력 발굴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기업의 수익 창출로 연결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기업과 정부를 한 틀에서 본다면 기업 CRD의 기초 연구 부분을 정부 R&D로 보완하는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부도 기업처럼 성과만을 좇아 근시안적인 R&D 정책을 펴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확충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정부 R&D와 기업 R&D 간 긴밀한 협력 체제를 구축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기업과 정부 간 균형잡힌 R&D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 R&D 정책의 전략을 명확히 해야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 제시와 함께 성장에 대한 큰 그림을 확립하고 이를 실행해 옮겨야 한다. 미국은 ‘새로운 세대의 미국의 혁신정책’, ‘미국 경쟁력 강화 계획’ 등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고, EU와 일본은 각각 7차 Framework Program, 3기 과학기술기본계획 등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기본계획 하에 정부 R&D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R&D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업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국가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기업에 자연스럽게 이전될 수 있도록 기반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선진국의 축적된 높은 기술 역량을 극복하지 못하고 계속 원천기술의 부재라는 숙제를 떠안고 가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