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전기차 충전, 5분에 끝낸다” 이스라엘 배터리社 CEO의 호언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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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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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보급률은 약 4.5%(EV볼륨스 조사)였다. 테슬라의 인기에 힘입어 2019년의 2.7%보다 크게 올랐지만, 도로 위 차량 100대 중 95대는 여전히 내연기관차다. 전기차가 아직 내연기관차를 넘지 못하는 이유로 배터리 충전 속도 문제가 꼽힌다. 테슬라는 집에서 완속(緩速) 충전기를 이용하면 완전 충전까지 8~10 시간, 고속 충전 시설인 ‘수퍼 차저’를 이용해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5분 안에 주유가 끝나는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겐 큰 ‘심리적 장벽’이다.
이 장벽을 단숨에 무너트리겠다고 호언장담한 배터리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1월 19일 단 5분 만에 완전히 충전되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힌 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토어닷(Store-dot)’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나노테크놀로지학부에서 2012년 탄생, 세계 2위 석유 회사 BP와 삼성벤처투자(SVIC),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 등에서 총 1억3000만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가 선정한 2020년 저탄소 전환을 주도하는 상위 10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Mint가 스토어닷의 설립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도론 마이어스도르프(Doron Myersdorf) 박사를 화상으로 만나 이 회사의 기술 혁신 스토리를 들었다.
◇반도체 신기술이 배터리에서 ‘대박'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원래는 플래시 메모리의 성능 향상을 위한 유기화합물을 연구 중이었습니다. 텔아비브 대학에서 삼성의 지원을 받아 유기체(有機體)인 ‘펩타이드’를 이용한 트랜지스터(전기 흐름을 조절하는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게 됐죠. 이 과정에서 유기체를 이용하면 전력 충전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본래 반도체에 쓰려던 기술이 배터리 충전 기술로 이어진 것이죠.”
—충전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가 궁금하다.
“배터리의 음극재에 종전 흑연 대신 나노 기술을 적용한 실리콘을 활용했습니다. 일반적 실리콘 입자가 농구공 크기라면, 나노 기술을 적용한 입자는 골프공 수준입니다. 입자 크기가 100~200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입니다. 크기가 작은 덕분에 더 많은 표면적과 입자 사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는 실리콘 특유의 충전 시 부풀어 오르는 문제 해결을 가능케 했습니다. 더불어 실리콘 음극재를 독자 개발한 유기화합물로 코팅하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고속 충전 시 발생하는 ‘덴드라이트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는 기업은 많지만, 나노 기술과 유기체 보호막 기술은 스토어닷만의 독보적 기술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로 주로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로 이뤄져 있다. 전해질의 리튬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전자를 전달해주는 과정에서 전기 에너지가 발생한다. 음극재가 전기 에너지를 저장·방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주로 흑연이 음극재로 쓰인다. 에너지 밀도는 실리콘 음극재의 10% 수준이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구조적 안정성이 높다. 실리콘은 높은 에너지 밀도에 친환경 소재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팽창해 파손되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스토어닷은 이 문제를 독자적 나노 기술력과 유기화합물 코팅 기술로 해결했다.
—이 제품의 문제점은 없나.
“고속 충전 인프라 부족입니다. 고속 충전 배터리가 개발되어도, 이를 지원하는 (고용량) 충전 시설이 없으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충전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BP처럼 주유소를 1만8200곳 갖춘 파트너와 함께 전기 충전소 생태계를 만들려 합니다. BP 역시 고용량 전기 충전소 증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BP의 독일 내 자회사 아랄(Aral)이 용량 350kW의 초고속 전기 충전소 증설을 발표했습니다.”
◇상용화는 2025년…삼성과 협력 모색
—언제쯤 출시되나.
“올해 안에 새롭게 개발한 실리콘 음극재 기반 2세대 배터리를 공개하겠습니다. 상용화 수준의 샘플 제품은 2023년에 내놓을 계획입니다. 우리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이 도로 위를 달리는 건 2025년이 될 것 같습니다. (양산화에) 4년이나 걸리는 것은 배터리 외에 냉각 장치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냉각 장치 개발은 독일 다임러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스토어닷은 앞서 지난 2019년 5분 만에 완전 충전이 되는 전기 스쿠터용 배터리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시 쓰인 1세대 배터리에는 비싼 게르마늄이 음극재 소재로 쓰였다. 뒤이어 개발한 2세대 배터리에는 게르마늄을 빼고 실리콘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췄다.
—삼성의 투자도 받고 있다. 관계사인 삼성SDI와 협력 가능성도 있는지.
“당연합니다. 이미 협력을 논의 중인 분야도 있습니다. 앞으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대량생산을 위한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삼성 역시 협력 가능성이 있는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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